집에 드는 가을 빛이 좋다, 아침에 멀뚱하니 빛을 쬐다 출근하는 일은 하루의 일과를 너그럽게 한다, 한번 더 웃고 한번 더 즐겁게 일해야지 생각한다, 무엇을 갖고 무엇을 잃어 행복하고 불행한 삶을 살지 않으려 한다, 문득 붉어져 나오는 것들이 있긴 하지만.
AM 11:01
주인이 꾸민 공간은 곳곳에서 티가난다, 비싼 인테리어를 맡기지 않아도 이런 감성을 낼 수 있다는게 놀랍다, 요리가 특별하다거나 일하는 오빠가 친절한 것은 더더욱이 아니다, 조금 무뚝뚝한 이웃집에 놀러가 밥을 얻어먹고 설거지 그릇을 갖다줘야 할 것 같은 그런 공간
AM 10:36
나는 어쩔 수 없이 슬픈 영화를 보면 운다, 비가 오면 귀가 자꾸 그리로 간다, 그치기라도 하면 나무와 꽃들을 구경하러 밖으러 간다, 물이 튀긴 하지만 다리를 간지럽히는 느낌은 좋다, 조금 춥다 싶을 때에는 밀크티 한잔을 만들어 마시고 축축한 공기냄새에 편안함을 느낀다
AM 10:51
숲속의 나무는 나뭇꾼이 오면 벌벌 떨고 들판의 홍당무는 토끼가 다가오면 얼굴이 빨개진다_모든 식물에는 영혼이 있다는 식물의 정신세계. 책을 읽고 키우는 화분들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햇빛이 부족해서 또는 물을 너무 자주 준다는 이유로 식물은 죽지 않는다
AM 10:52
주말 내내 비가 오더니 오늘 아침에는 산뜻하다, 날씨도 많이 덥지도 않은게 걸어오기 좋은 날씨다, 언니와 난 주말 내내 천둥같은 심적 갈등을 겪고 약간의 햇살을 맞았다, 쨍쨍한 빛은 아니지만 은근한 햇살이다, 어쩌면 이런 빛이 나무와 꽃들이 자라기 좋은 날씨리라
AM 09:16
빗소리는 언제나 좋다, 잠잘 때 들으면 더욱이 설렌다, 침대에 하루종일 누워 발꼬락 꼼지락 거리며 머리 맡에 쌓아놓은 책 설렁설렁 넘기며 그렇게 아침을 보내고 싶다, 밀리는 버스를 타고 있으니 어느새 직장인이 돼 가고 있다, 한편으로 기특하고 한편으로 다행이다
AM 10:35
오랜만에 서점에 가니 안나리사의 책이 나와있었다, 잡지에서 만날 때면 아쉽게 스크랩 정도를 해두고 있었는데 예쁜 사가, 사라의 얼굴을 원 없이 보니 두 딸의 에너지로 꽉 채워지는 기분이다, 내친김에 블로그까지 들어가 삐뚤삐뚤한 한국말로 쓰여진 그녀의 마음을 전해듣는다
PM 10:17
햇살이 따닥 따닥 소리를 낸다, 이케야에서 한껏 쇼핑을 하고(이번 쇼핑의 주제는 화분사기였으니 여과없이 담았다) 커피나 마시고 가자하여 들른 카페. 매장 안은 붐볐으나 구석진 자리는 사람 발길도 소리도 들리지 않아, 여백의 산을 하나 빌려 팥빙수를 내놓은 느낌
AM 09:53
금요일yoga / 다시 요가일기를 써보려 한다, 짧게나마. 어떻게 나아지고 있는지, 몸에 어디에 이상이 오고 가는지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호흡이 다소 거칠기는 했으나 다가오는 문데이를 고려하면 꽤나 깊은 호흡이었고 쉬르사와 후굴자세는 다시 안정을 되찾아간다
AM 09:11
출근할 때 대부분 걸어오는 일이 많은데 집에서 오분 걸어 담벼락의 장미를 만나게 된다, 장미 전후로는 나무들이 우거져 있는데 머리가 살짝 젖은 상태에서 걸으면 바람이 통과하는게 기분이 아주 좋다, 신호등을 보고 뛰거나 시끄러운 차소리를 출근길의 습관같은 풍경
AM 11:51
살바토레 키친. 매번 느끼는 거지만 런치가 너무 훌륭해요, 여기 피자야 말할 것도 없고 새로 선보이는 한치 먹물 파스타와 라자냐는 넷이 먹다 한 명 화장실가도 모를 맛이죠, 코스 안에 아메리카노도 포함돼 있으니 음식 나오기 전에 먼저 달라 하셔서 와인처럼 곁들이세요
PM 03:21
6월은 낯설다, 일년 중 가장 낯설은 달을 뽑으라면 그렇다, 스물 여덟 해를 살아왔는데 유독 6월은 기억할만한 추억도 계절을 맞는 설렘도 없다, 눈을 떴는데 하늘이 먹먹하다, 벌써 거실까지 해가 한참 들어와있고도 남아야 하는데 축축한 습기만이 살갖에 달라붙는다
AM 09:05